개발자 이야기

생애 처음 개발자로서, 2020년

나민오 2021. 1. 1.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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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연말선물

선입견이라는게 참 무서운게, 이렇게 2020년이라는 타이틀을 달자마자 나도 모르게 이 글의 첫 문장을

"다사다난 했던 2020년이 마무리되어..."

라고 적을 뻔했다. 이런 멘트가 상투적이라고 비난하려는 건 아니고, 새롭고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기 때문인지.. 의식하고 덜어냈다. 그러면 나는 이 글에서 뭘 적어야할까?

 

그 전에 내가 이 글을 쓰게된 동기부터 돌아보자.

이런 식으로 한 해의 회고를 작성하는게 개발자에게만 있는 관습은 아니긴 하지만.. 한 해의 마무리와 한 해의 시작에 많은 개발자들이 회고 혹은 잔디 심기 (1일 1커밋)을 다짐하고는 한다. 아무래도 개발자가 성장이라는 단어와 아주 긴밀한 직업이라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나는 정식으로 지금의 회사에 합류하게 된 건 2019년 연말, 사실상 올해 1월 1일로 봐도 무방하다. 그러니까, 내가 전공생이 맞을까 스스로도 의심이 들정도로 아무것도 모르던 졸업반 대학생의 생활을 해오다가 2020년은 갑자기 개발자로서 보냈다. 아무것도 모르는 졸업반 대학생이 졸업하고 정규직으로 회사에 입사했다고해서 새로운 장비를 맞춘 게임 캐릭터처럼 훨훨 날아다닐까? 당연히 전혀 아니다.

입사를 하고 정식으로 개발자가 된 첫 느낌은 이랬다.

 

취업과 졸업을 앞두고 있는,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르는, 컴퓨터공학 전공 대학생에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신입 개발자로

 

별로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생각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게..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나는 항상 건강한 삶을 살고 싶다. 무언가 문제에 직면했을 때, 머릿 속에서는 차분하게 정리하고 내 생각을 정리해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나태해지지 않기.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주변으로부터 긍정적인 사람으로 인정받기.

문제는 태생이 나태한 사람이라서, 외부적인 압력이 없는 이상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스스로가 이걸 알고 있고, 쉽게 고쳐지지 않고 있기도 하다. 외부의 압력에 의해서 움직이는게 근본적으로 나한테 좋은 일인지 아닌지는 논외로 하고.. (결과가 좋아지기 때문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돌아와서, 발등에 불이라는 외부적인 압력이 생기면서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그리고 많이 성장했고, 지금도 성장해가고 있다고 느낀다. 그리고 이 글은 어떻게 보면 2021년의 내게 새로운 발등의 불이 되었으면 해서 적기 시작했다.

 

새로운 발등의 불

문득 생각했던 적이 있다. "나는 왜 성장하려고 하는거지?"

현재 회사에서 면접을 봤던 순간을 되돌이키면서 정리했던 답은 "내 손으로 만든 좋은 서비스를 사람들이 필요로 했으면해서" 였다. 딱 1년 개발자를 해보면서 느낀 건 배움에서 오는 희열도 있지만, 결정적으로는 내 손을 거쳐간 기능에서 유저들이 좋은 피드백을 줄 때, 그 때 가장 뿌듯하고 성장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더라. 

나는 개발을 좋아해서 지금의 회사에 입사하고 개발자로 일을 하고 있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매 순간 순간이 컬러풀하지는 않다. 가끔은 코드를 적는게 너무 지루할 때도 있고, 트러블슈팅을 할 때 해결이 된다면 너무 기쁘지만 그 과정에서오는 고통이 정말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내 멱살을 잡고 컬러풀한 세상으로 끌어올리는 건 2가지 정도 있는 것 같다.

1. 앞서 이야기한 내가 만든 기능을 사용하는 유저들을 볼 때,

2. 이 서비스를 같이 만드는 좋은 팀

사실 나는 당연히 첫 회사, 첫 팀인데.. 정말 좋은 분들을 만났다고 생각한다.  IT 업계, 그것도 스타트업의 문화가 타 업계, 그리고 보통의 이미지로 자리 잡힌 회사들의 문화와는 조금 다르다는 이야기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현재 운영 중인 서비스가 스타트업 생태계와 매우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보니,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다양한 스타트업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는 한다.

즐거운 스프린트 회의 :)

그리고 느낀 점은 확실하게 이 팀은 다르다.. 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 못난 건 나뿐이다 😇

이 팀 안에서 절대로 누가 되고 싶지않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좋은 기회이고, 좋은 환경에서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기때문에, 나는 지금 성장해야만 한다고 이따금씩 되뇌이고 있다.

결국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고, 올해의 발등의 불은 좋은 팀원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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